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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상집요 서(農桑輯要 序) 목은(牧隱) 이색(李穡)

◆ 공목공(恭穆公) 휘 시(蓍, 진주강씨 박사공파 6세) 관련 글

  옛날 고려의 풍속이 순직하고도 착하였지만 이론으로 따지는 일에는 부족하여 각 가정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는 오직 하늘만 바라보는 농업에만 종사하였다. 그래서 홍수나 가뭄이 닥치면 바로 재해(災害)가 발생하곤 했는데 그러니 각 개인들은 자기들의 건강은 생각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되었다. 이런 상태라 귀천(貴賤)이나 노유(老幼)를 가리지 않고 나물국이나 생선 꽁댕이로 겨우 연명하는 처지였다.

  더구나 농사를 지을 때도 벼농사에만 주력하고 서직(黍稷: 기장이나 피를 말함. 즉 잡곡)은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또 삼베나 모시 농사는 많은데 목화 농사는 적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울 때는 속이 춥고, 그렇다고 겉모습이 훌륭한 것도 아니어서 사람들을 바라보면 마치 병에서 겨우 일어난 것 같은 사람들이 열이면 여덟아홉은 된다. 상제(喪祭) 때나 평소에는 고기를 먹지 않다가도 잔치가 있을 때에는 소를 때려잡고 말을 잡으며 들짐승까지도 많이 잡아 쓰고 있다. 생각해보면 사람에게는 이목구비(耳目口鼻)를 갖춘 몸을 가지고 있어서 소리나 색깔·냄새, 맛에 따라서 욕심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따뜻하고 편한 옷, 기름지고 달콤하여 입에 맞는 음식을 좋아하고, 또 생활이 넉넉하게 되는 것을 바라고 가난을 싫어하는데 이것은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 성품이 같기 때문일 것이니 고려 사람들이라 해서 유독 다른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이 풍족하게 되었다고 해서 사치하면 안 되고, 검소하게 산다고 해서 누추(陋醜)한 지경에는 이르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 인의(仁義)의 근본이 된다 할 것이니 법도를 지키고 분수를 알아서 행하는 것이 성인(聖人)들이 말씀하신 올바른 행동이 되고 사람의 아름다운 행동이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댓 마리의 닭과 두어 마리의 돼지가 있다고 치자. 이 가축들은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니지만 이를 잡아먹는 것은 극히 삼가면서 사람의 어려운 일을 많이 해주는 소와 말은 쉽게 잡아먹는다. 이 와 같이 무엇이 중한 것인지 하찮은 것인지를 알지 못하여 의리를 해치고 제도를 무너뜨려 인간의 본심을 잃어버림이 이와 같은데 이것이 어찌 백성들만의 죄라고 할 것인가?  내가 슬프게 생각하는 것은 백성들의 산업을 일으키도록 마련해 주어 왕도(王道)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결국은 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니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얼마 전에 봉선대부(奉善大夫), 지합천사(知陜川事) 강시(姜著, 恭穆)가 나에게 글을 보내왔는데 제목이 농상집요 (農桑輯要)라고 하였다. 이 글은 시중(侍中, 중서문하성의 최고 관직으로 종1)이신 행촌(杏村) 이암(李嵒)께서 자기의 외생(外甥, 외손)인 판사(判事) 우확(禹確)에게 준 것인데 이것이 같은 우씨(禹氏)가 가지고 있다가 나에게까지 온 것이다.

  내용을 보면 사람에게 의식(衣食)이 풍족하게 되는 이유와 재산이 풍족하게 되는 이유는 씨 뿌리고 번식시켜야 되는데 이를 실행하려면 준비가 잘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그 내용을 분류하고 취합하여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 이것을 확실히 밝혀놓은 것이니 백성들의 살 길을 찾은 훌륭한 방법이라 하겠다.

  그래서 내가 장차 이를 책자로 만들어 여러 주리(州里)에 널리 전해주고자 하는데 걱정인 것은 글자가 커서 책의 부피가 커지면 먼 곳에까지 보내기가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글자를 잘게 써서 책의 부피를 줄였는데 안렴사(按廉使) 김주(金湊)공이 포목(布木) 약간을 비용으로 내어놓았다. 책 말미에 생각한 바를 써 주도록 부탁하였는데 나는 전에 이 책을 구경한 바 있고 그 뜻도 잘 알고 있다.

  또 나도 세상에서는 청렴하다 알려져 있지만 그렇게 소문과 같지 않은 것도 아닌데 조정에서 벼슬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책의 간행을 이룩하지 못한 것은 나의 과실이다. 그러나 강군(姜君, )의 뜻이 나와 같은 것을 여기서 알 수 있다. 백성들의 산업을 마련해 주어 왕도를 일으키는 일은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강군(姜君, 恭穆)이 일찍이 말 한 바 있지만 꼭 그렇게 하고자 한다면 이루어질 것이다. 이단(異端)이 물리쳐지는 때를 만났는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풍속도 변함이 없을 것이니 그렇다면 이 책에 실려 있는 말도 헛것이 될 것이니 강군은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목은(牧隱) 이색(李穡)

 

 

내용의 오해(誤解)와 한자 해석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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